제대로 된 먹을거리 없는 모스크바에(물론 샤슬릭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특별한 음식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가장 절실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김치가 아닐까 싶다. 물론 떡볶이라든가 감자탕이든가 갈비찜이라든가(자정인데 배가 고파지는...) 등등 많은 음식도 생각나지만 한번 해두고 오래 먹을 수 있고, 그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김치를 따라올 음식은 없을 것 같다. 김치찌게, 김치 볶음밥, 김치국수, 다른 음식과 교환 등등 마치 현금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 김치. 
 하지만 가난한 유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갖가지 재료를 넣고 김치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곳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특히 모스크바에선 한국 음식 재료는 정말 비싸다. 너무 비싸다.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 구성된, 여기서 배운 나름 김치다운 김치, 원조와 비교해보지 않는 이상 만족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 만드는 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재료 : 배추 5KG, 양파 4개(큰걸로), 마늘 3~4종, 고춧가루, 밀가루(풀죽용),
         생강(0.03g) 소금(500g) 끝(미안하지만 고춧가루는 한국 공수다.)
 만드는 법
 1. 배추를 썬다. 집에서 먹던 것처럼 포기로 담그는 게 아니라 나중에 먹을만한 크기로 미리 써는 것이다. 이러면 쉽게 만들 수 있다.
 2. 소금을 듬뿍 뿌린 후 2시간 반 정도 절인다.
 3. 어느 정도 부피가 가라앉았으면 물로 헹군다. 두번 정도 헹궈내는 것이 좋다. 한번은 왠지 부족하니까.
 4. 가장 힘든 작업이다. 물에 헹궜으니 다시 짜야 한다. 열심히 물을 짜낸다. 대충 짜면 나중에 물김치처럼 될거다. 물론 맛은 없다.
 5. 양파, 고춧가루, 마늘, 풀죽, 생강을 넣고 열심히 버무린다.
 6. 기다린다. 물론 먹어봐도 된다. 즉, 끝이란 얘기. 간단하지?

 필자의 김치
 사진이 촛점이 안 맞는데 뭐 대충 김치가 거기서 거기니 뭐. 맛있어 보이지 않은가!

 가까이서 찍었는데 역시 촛점이 안 맞는다. 뭐... 그래도 어떻게 김치가 되었는지는 보이니 다행이다.

 고환율 시대에 고생하는 유학생들 모두 파이팅! 환율 따위는 우리를 걱정시킬 수 없어요!!(공허한 메아리...)
 유학 초기 처음엔 몰라서, 그 다음엔 환율 때문에 지금은 별 일이 없어서 잘 안하던 외식을 하게 되었다. 물론 맥도널드나 스바로 같은 피자, 햄버거 등은 가끔 먹었는데 그거야 그냥 한끼 때우려 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같은 기숙사 사는 친구와 취미로 러시아어 배우는 친구 그리고 같은방 형과 같이 외식을 하게 되었다.
 모스크바 물가는 가이 살인적이라 어디 나가서 먹기가 참 무섭지만 오늘 간 미라쥐는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이다. 어느 고기냐에 따라 다르지만 샤슬릭이 200루블을 넘지 않는다. 접시엔 감자 튀김과 샐러드까지 듬뿍. 

 이름을 까먹었는데 하여튼 피자다. 

 닭고기 샤슬릭.

 양고기 샤슬릭. 양고기치고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가격도 이중 가장 비쌌다.

 돼지고기 샤슬릭.

 이건 2차로 간 이름 모르는 식당 가격표. 그냥 찍어봤다.

 역시 슬슬 날씨가 좋아지니 여자들의 옷차림이 점점... 위험하지만 않으면 자주 오고 싶지만 4월의 모스크바는 정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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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고 자빠드나야에 위치한 엠기모(www.mgimo.ru)는 러시아 국립대외관계 대학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의 하나이다. 특히 소련 시절부터 많은 외교관을 배출하여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본 학생들 중 누군가는 분명 어딘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이 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엠기모 입구. 여기는 정말 들어가기가 힘들다. 초대받아서 간 것이었는데도 이것저것 엄청 많이 확인해서 들어가는데만
5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러시아 여자들 구경하느라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역시, 대학 주변 여자들이 이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 몽골 학생. 몽골에서 여기까지 와서 공부하는 거면 엄청 공부 잘하는 거다.
워낙 들어가기 힘든 학교인데다가 학비도 비싸니. 나는 몽골로 놀러갈 거란 핑계로 이메일을 알아냈다!

 주로 회의를 진행했던 분.

 컨퍼런스 홀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위에 일본인 친구가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서 재미있었다!! 사진 찍을 줄 아는군.. 부러웠다.

 회의를 마치고 영상실에서 교육 받는 중이다. 왼쪽에서 머리 민 놈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인데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완전 능통하게 했다. 내가 러시아어로 물어보면 한국어로 대답하고 한국어로 대답하면 러시아어로 대답하고. 어디에서 왔냐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혹시 북한에서 왔냐니까 자기가 북한말 하는 것 같냐고 되받아쳤다. 이유야 여찌됬든 세상은 넓고 대단한 놈은 많다는 걸 느꼈다. 뭐 저 놈은 얼굴이 안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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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두달여 전에 산 백조의 호수 공연 날이다. 오늘까지 해서 3일 연속 문화 생활(박물관 둘에 발레까지)이라 참 뿌듯하다.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는 듯 하다. 
 생애 태어나 처음 본 발레 공연. 뮤지컬을 보고 싶었으나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 관계로, 그리고 같이 간 동행자의 바람대로 발레를 보았다. 뭐, 아직 뮤지컬을 보진 못했지만 대만족이다. 
 백조의 호수는 2막으로 이루어지는데 대충 설명하자면 1막은 왕자가 궁전에서 파티를 하고 사냥을 나가는 모습이 묘사되며 2막에서는 왕자가 실수로 흑조를 백조로 착각해 청혼을 해 백조가 실망한 후 사라지는 모습이 묘사된다. 해피 엔딩이냐 그 반대이냐는 연출자의 마음이라는데 오늘 본 공연은 비극으로 끝났다.


 옛날 포스터


 늘 표정관리 안 되고 무뚝뚝한 얼굴...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



 MB 닮은 꼬마애가 날 쳐다보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공연 전에 이곳에서 사람들은 가볍게 배를 채운다.
 덩달아 주머니도 가벼워진다! 0.6리터 물이 80루블ㄷㄷㄷ

 공연장 내부
 입장 시작하자마자 들어가서 좌석이 비어있는데 공연 시작 후 꽉 찼다. 

 연주자들을 쳐다보고 있는 꼬마애들. 우리나라에도 이런 풍경이 있을까?

 어느 정도 자리가 차있는 공연장. 공연 시작 후엔 매너상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 정말 대단한 공연이었다. 지루할거라 생각했던 건 기우였음이 분명했고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악마의 춤사위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모스크바에 온다면... 공연을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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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을렀다! 다녀온지가 두달이 넘었는데 이제야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 핑계를 대자면 손발 얼어가면서 찍어댄 사진의 절반이 실수로 날아가게 되어서 쳐다보기도 싫었다는게 첫번째고 깜빡했다는게 둘째다. 어쨌든 1월 11에 다녀온 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광의 방



 군대 생각이!^^

 유골도 보이고 무기도 보인다. 쉽게 걸음을 못 옮겼던 기억이...


 전쟁 당시를 구현한 모노라마


 
구경을 마치고 나온 박물관 앞의 모습

 마지막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날씨에서 찍은 100여장은 훌쩍 넘기는 사진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참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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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왔다. 모스크바에서 처음 본 국립 역사 박물관은 아이러니하게도 7개월이 지난 오늘에야 방문하게 되었다. 너무 가까워보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언젠가 가겠지 하는 생각에서였을까. 아무튼 오늘 오후 4시가 된 시간 8시까지 하는 박물관이 어디인가 검색하던 중 마침 국립 역사 박물관이 조건에 딱 맞아(어딘지 알고 관심도 있고!) 지체없이 길을 나서게 되었다.
 오랜만에 온 붉은 광장은 더이상 녹은 눈에 지저분해진 그런 곳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봄신부마냥 말끔히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던 붉은 광장은 어서 오라고 나를 맞이해주는 듯 했다.
 원래 목적은 박물관을 들리는 것이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바실리 성당한테도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을 걷어낸 바실리 성당은 방금 세수를 한 것처럼 단정한 모습이었다.

 바실리 성당 Покровский собор
  너무도 유명해서 설명할 것도 없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건축가를 보내달라고 하자 거절할 수 없었던 이반 4세가 건축가의 눈을 뽑아버려 그가 다른 성당을 못 짓게 만들었다는 슬픈 전설의 성당. 앞서가지 말고 뒤쳐지지 말라는 군대의 교훈이 새삼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국립 역사 박물관
 바실리 성당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그냥 생각나서 온 것이었는데 마침 마지막 주 일요일이라고 학생은 공짜란다! 돈을 안 받길래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돈을 다시 낼걸 각오하고 왜 돈을 안 받냐고 하니 마지막 주 일요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제가 운이 좋군요라고 두세번 얘기한 후 입장했다. 그리고 한참을 사진을 찍고 거의 다 박물관을 돌았을 무렵 박물관 직원이 사진 찍는 표가 있냐고 물었다. 난 내가 사진 찍을 때 박물관 직원이 자리도 비켜주고 내 눈치를 보길래 당당히 찍은 건데 알고보니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그냥 미안하다고 앞으로 안 찍겠다고 한 뒤 직원이 등을 돌리자마자 셔터에 다시 손을 댔다. 집에 와서 오늘 찍은 사진을 세어보니 무려! 정확히! 365장^^ 좀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양심에 찔려 한동안 사지 않던 기념품도 사줘서 마음을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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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사실 새벽 5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와 격렬한 토론 탓에 겨우 1시에 눈을 뜬 나에게 비친 건 놀랍도록 아름다운 햇살이었다. 공부를 할 것인가 놀러 나갈 것인가를 잠시 고민한 후 후딱 라면을 먹고 길을 나섰다(사실 같이 사는 사람이 몸이 아파 좀 늦게 나가게 되었다).
 어딘가 나가고 싶어 길을 나설 때 문득 전에 가보려던 동양 박물관이 생각이 났다. 마침 아르바트에 자리잡고 있는 장점 덕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할 겸 동양사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청했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가는 도중 미뜨로 안에서 축구 구경을 가는 러시아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대서 좀 무서웠다. 전부터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축구장 근처에 가지 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탓에 정말 조심조심하면서 다녔다. 축구장이 있는 빨간선을 벗어난 후 오늘도 한 고비를 넘겼구나 하고 마음이 안정되었다.
 참고로 오늘 사진은 좀 많다! 스압 주의!!

 이란
 


대한민국!!!!!










 
 누구나 외국에 오면 애국자가 된다(예외가 있다면 반박하진 않겠지만). 나도 그 중에 하나다. 여기에서, 우리 나라의 물건과 글씨를 보았을 때 느꼈던 벅찬 가슴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구경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이게 우리 나라라고 당당히 말하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은 내가 정말 대견하다!!!

 중국


 전설의 새, 봉황. 번역은 펠릭스라고 되어 있었다.

 일본


 정말 작은 조각품들이다. 아래 접사로도 찍어놓았지만 그 섬세함은 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보는 내가 막 아프다...





 우리 나라 전시관 다음으로 인상깊게 본 일본 전시관... 본받을게 많긴 많은 나라다. 그 정교함이란.

 인도차이나






 카프카스




  이건 솔직히 뭔지 모르겠다. 1900년대 작품인데 어디 나라라고도 안 되어 있었다. 이런 작품이 꽤 많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걸 올린다.

 이란(처음에 올린 전시관과 떨어져 있다.)




 접사로 찍어서 그렇지 엄청 작은 단추.

 인도네시아


 요즘 이런 인형 팔지 않나? 네모나고 노란색 인형.


 혹시 디즈니 램프의 요정 지니가 이걸 따라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는 분 댓글좀..(뭐 워낙 방문자도 없지만ㅠㅠ)

 부랴티

 티벳




 몽골
 이제까지 올린 사진 중에 단독 글로는 가장 많은 사진을 올렸다. 그만큼 관심있었고 흥미롭게 본 박물관이었다. 

 혹시 필자가 올린 글 중 잘못되었거나, 더 보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댓글을 남기시면 됩니다. 못 올린 사진이 훨씬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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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은 여성의 날로 러시아의 휴일이다. 아쉽게도 일요일이지만 러시아에선 이런 경우에 다음 평일, 그러니까 이번 경우에는 월요일에 대신 놀게 된다. 올해로 이런 경우가 두번째이다. 처음은 남성의 날이었다. 지난 주에 토르플 시험도 봤고 휴일도 길고 해서 어딘가 놀러가고 싶었는데 마침 전에 비즈니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ВДНХ가 휴일 관계없이 개장되어 있어 구경을 가게 되었다.
 

들어가는 입구 대문.


 

아마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하는 곳이다. 일명 우정의 분수. Soviet Union에 참여했던 15개국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각각의 동상마다 쌀, 보리 등의 곡물을 들고 있다. 낫을 들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농업을 중시했던 소련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아르메니아관. 안에는 식당과 상점이 있었다.


아르메니아관. 안에는 식당과 상점이 있었다.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연꽃과 같은 느낌의 분수다.

 

금방이라도 날 수 있을 듯한 비행기.

 

공룡 전시관까지 합해 무려 350루블이나 주고 들어간 나비 전시관. 처음에는 돈이 아까웠지만 구경을 하고 보니 그리 아깝진 않았다.전세계의 갖가지 나비를 볼 수 있었다. 사진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나비들을 보여준다. 파란 나비가 참 아릅답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공룡 모형. 정말 모형티가 팍팍 난다.

 

내 손을 금방이라도 물 것 같은 호랑이. ㄷㄷㄷ


오늘 참 즐거운 구경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건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전파 통신탑에 못 들어간 것이었다. 전시장 울타리 밖에 있어 힘들게 찾아갔는데 오늘 일을 안 하는 바람이 못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곳에 가는 도중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이곳을 찾으러 길을 물어봤던 러시아인이 내가 뜨람바이 표가 안 읽히자 자기 표로 대신 찍어줬다. 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멋있었다. 이런 사소한 일 하나로 갑자기 전체 러시아에 대한 인상이 좋게 보이면서 나도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잘 대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뭔가 크게 하나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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