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왔다. 모스크바에서 처음 본 국립 역사 박물관은 아이러니하게도 7개월이 지난 오늘에야 방문하게 되었다. 너무 가까워보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언젠가 가겠지 하는 생각에서였을까. 아무튼 오늘 오후 4시가 된 시간 8시까지 하는 박물관이 어디인가 검색하던 중 마침 국립 역사 박물관이 조건에 딱 맞아(어딘지 알고 관심도 있고!) 지체없이 길을 나서게 되었다.
 오랜만에 온 붉은 광장은 더이상 녹은 눈에 지저분해진 그런 곳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봄신부마냥 말끔히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던 붉은 광장은 어서 오라고 나를 맞이해주는 듯 했다.
 원래 목적은 박물관을 들리는 것이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바실리 성당한테도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을 걷어낸 바실리 성당은 방금 세수를 한 것처럼 단정한 모습이었다.

 바실리 성당 Покровский собор
  너무도 유명해서 설명할 것도 없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건축가를 보내달라고 하자 거절할 수 없었던 이반 4세가 건축가의 눈을 뽑아버려 그가 다른 성당을 못 짓게 만들었다는 슬픈 전설의 성당. 앞서가지 말고 뒤쳐지지 말라는 군대의 교훈이 새삼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국립 역사 박물관
 바실리 성당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었다. 그냥 생각나서 온 것이었는데 마침 마지막 주 일요일이라고 학생은 공짜란다! 돈을 안 받길래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돈을 다시 낼걸 각오하고 왜 돈을 안 받냐고 하니 마지막 주 일요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제가 운이 좋군요라고 두세번 얘기한 후 입장했다. 그리고 한참을 사진을 찍고 거의 다 박물관을 돌았을 무렵 박물관 직원이 사진 찍는 표가 있냐고 물었다. 난 내가 사진 찍을 때 박물관 직원이 자리도 비켜주고 내 눈치를 보길래 당당히 찍은 건데 알고보니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그냥 미안하다고 앞으로 안 찍겠다고 한 뒤 직원이 등을 돌리자마자 셔터에 다시 손을 댔다. 집에 와서 오늘 찍은 사진을 세어보니 무려! 정확히! 365장^^ 좀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양심에 찔려 한동안 사지 않던 기념품도 사줘서 마음을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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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에 온지 어느덧 세달이 되어간다. 그리고 오늘, 그토록 무서워하던 러시아의 혹한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왔다. 첫눈이 오면 붉은 광장을 가겠다고 생각한 처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녁을 먹고 씩씩하게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물론 혼자, 깜깜한 저녁을 다니기엔 두려움도 있었지만 모스크바의 중심부로 가는데 나만 조심하면 되지 하면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크렘린에 들어가는 입구다. 오른쪽은 크렘린 대회 궁전인데 1961년에 완성되었으며 삼각대리석의 장식주가 전면을 둘러싸고있는
현대적인 건물이다. 멋진 건물이긴 하지만 크레믈에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듯하다. 전에 저곳에서 공연을 본적이 있다.

 삼위일체 망루. 크렘린 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1495~99년 알레비시오 프라지네에 의해 건립되었다. '삼위일체'라 부르는 이유는
크렘린의 위에서 볼 경우에 삼각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이 형상을 일컬어 이렇게 부른다. 망루의 높이는 20여 개의 탑 중에서는
 80M로 가장 높으며 16`17세기에 지하는 감옥으로 쓰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때 나폴레옹이 이곳으로 입성을 한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맨 위에 있는 별은 지름이 3.75M이며,
1,500KG으로 금도금을 하여 강한 눈보라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 


 중앙 병기고 망루 앞이다. 뭔가 의미는 없어보이고 저 안에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무명전사의 무덤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1966년 12월에 만들어졌다. 
 흑백바위에는 '1941년부터 1945년의 무명 전사들에게 바친다. 비록 그대들의 이름은 모를지라도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모스크바의 많은 신혼 부부들은 혼인신고 후 가장 먼저 이 무명 용사의 묘를 찾기 때문에, 주말이면 마녜쥐 광장 주변에는 갓
결혼했음을 알리는 빨강, 파랑, 흰색의 리본을 붙인 택시들이 자주 오는 곳이다.

 국립 역사박물관. 밤에 보니 더 멋있어 보이는군!!!

 말이 필요없이 유명한 바실리 성당. 저녁이 휠씬 멋있다!

 인물 사진을 싫어하는 나지만 이렇게 좋은 배경에서까지 참을 순 없었다^^

 드디어 나도 첫눈 오는 날 붉은 광장을 갔으니 낭만적이 남자가 된 기분이다. 낮과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에서 구경해서 붐빌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고 같은 장소라도 낮과 밤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실리 성당에 쌓인 눈만이
첫눈임을 알리고 있고 백색의 붉은 광장을 보진 못했지만 첫눈이라는 그 느낌대로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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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광장 남쪽에 위치한 바실리 성당. 이반대제가 카잔 한을 항복시킨 기념으로 만든 성당이다. 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반대제는 이 성당을 건축한 건축가들의 눈을 뽑아 장님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8개의 봉우리가 모두 다른 형태이면서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는 기막힌 아름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 난 멋있긴 한데 건축가는 왜 죽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았다. 뭐 동네 성당크기 정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워서 놀러가기 좋다.


 첫눈 오는 날 찍은 야경. 잘 보면 지붕 위에 눈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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