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모스크바 시간) 나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잠을 벌떡 깨버렸다. 1년 전 자신이 정적으로 삼던 자들에게 정권을 내준 뒤 현 정권에게 수많은 의혹과 들쑤심을 당한 후 국민들까지 등을 돌리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길을 택한 듯 하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현 정권의 꼬라지가 너무 기가 막혀 정치란 뉴스와 인터넷 동영상, 100분 토론 등을 즐겨 보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노무현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또 무모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홀로 편한 길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고 항상 낮은 자들과 함께하려 했던 사람. 그래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그래서 일찍 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노무현.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가볍게 하고자 대사관에 자리한 분향소로 향했다.

처음으로 가본 대사관 입구. Стоп이라 써진 러시아어와 출차주의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여기가 대사관임을 알려준다.

 한국 대사관임을 알려주는 듯한 벽.

 분향소를 가르키는 표지판. 영전 사진은 찍지 않았다. 그런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이번 사건을 보면서 참 많은 걸 느꼈는데 한가지 표현하자면 늙은 나이에 자살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일본인의 예를 들어 좀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시마 유키오를 떠오르게 되었다.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추구하던 신념대로 살아왔고 숱한 역경을 거쳐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까지 이룬 그가 재야에서 할 수 있는 정치 범위는 제한되어 있기에 최후의 항변으로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뉴스 속보를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이 전에 들리던 말들과 다른듯 하다. 아무쪼록 어서 진실이 밝혀져 고인의 죽임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