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 빨질레리

수트 : 수트서플라이

셔츠 : 맞춤

구두 : 금강제화 헤리티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보유하고 있는 코트와 정장 중 가장 아끼는 소장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몇년 전만 해도 겨울은 패딩이나 롱패딩, 조금 멋을 낸다면 솔리드 코트 정도로 보내곤 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고전의 맛을 본 이후 클래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영업을 하는 직종도 아니고, 회사에서도 다들 비즈니스 캐쥬얼로 간편히 입고 다니지만 정장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 것 같았어요. 아저씨들의 전유물로만 보였던 체크무늬에 자꾸 눈길이 가고, 다 똑같아 보였던 정장 안에 끝도 없는 변화가 있다는 사실은 저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제가 오늘 먼저 소개할 제품은 빨질레리 코트입니다. 빨질레리는 지금은 바뀌었지만 전에는 제일모직이 이태리에서 직접 소싱해서 판매하는 브랜드로 상당히 고가의 옷인만큼 퀄리티가 보장된 브랜드입니다. 제일모직이 모직 사업을 포기한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때 빨질레리와의 제휴 종료가 모직사업 포기의 스모킹 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구입한 지 몇해가 지난 옷이지만 여전히 멋있고 마음에 듭니다. 언뜻 화려하다 생각할 수 있는 체크무늬 이지만 화려하면서도 단정하고, 얌전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언제 꺼내도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클래식의 힘이 아닐까요. 분명 패딩류의 캐쥬얼한 옷과는 달리 불편하고 관리가 필요한 녀석이지만 관리하는 것이 결코 성가시지 않고 즐거운 건 이 옷이 주는 극한의 만족감 때문일 것입니다. 아껴입느라 늘 입고 다니진 않지만 어딘가 힘을 줘야 하거나 격이 필요한 자리엔 늘 이 코트를 선택합니다.

 

코트 안에 입은 정장은 수트서플라이 하바나 그린 3P 수트입니다. 이 수트는 올 봄에 구입했습니다.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방문한 백화점에서 이 수트를 보고 너무나 반해 고민 없이 구입하였습니다. 수트서플라이는 네덜란드 브랜드로 수트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는 기본 디자인들을 주로 가져오는데,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와이드한 라펠과 호치(스티치) 디테일을 갖고 있는 수트 등 독특한 디자인은 소량만 가져옵니다. 아울렛에 가도 유독 수트서플라이는 예쁜 옷을 찾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는 셈이죠. 아무튼 전 판매원께서 마침 오늘 들어온 옷이라며 보는 눈이 있으시다며 강력 추천하신 탓에 뭔가 우쭐해하며 카드를 꺼내들었었네요^^;

 

저는 디테일한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이 수트는 거의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습니다. 와이드한 라펠에 아웃포켓, 비스포크 같아보이는 스티치, 거기에 리얼버튼까지... 어중간하게 맞출 바엔 수트서플라이 사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죠. 전에 정장을 맞췄을 때 제가 키싱버튼을 해달라고 그렇게 여러번 이야기했는데 결국에는 기본 디자인으로 나와서 제가 포기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봐도 멋진 아웃포켓과 어깨의 셔링, 얼굴이 작아보이게 함과 동시에 남성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와이드 라펠. 이 수트는 나온지 얼마 안 가 매진되어 버렸는데 그럴 이유가 정말 충분한 명품입니다.

                   

 정장 상의를 벗고 베스트만 입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요즘 베스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베스트는 분명 힘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베스트를 입은 사람은 올드해 보인다거나 시대에 뒤쳐져 보인다 생각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악역이긴 하지만 베테랑의 조태오, 신세계의 이중구 하면 베스트를 입은 모습이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베스트는 점잖은 사람도 강렬하게 보이는, 나 만만한 사람 아니다 라고 괄목상대하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와 옷핏을 비교할 수 없는 멋진 배우들이시지만, 옷이 주는 인상에 대한 교과서 같은 장면들이라 가져와 봤습니다. 어떤가요. 베스트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셨나요?

 

 마지막은 추웠지만 셔츠만 입고 찍어봤습니다. 맞춤 셔츠인데 사이즈 변화가 있어 살짝 작은 감이 있는데, 새로 맞춘 셔츠에 대한 포스팅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세요^^

 

 오늘은 제가 가장 아끼는 옷을 리뷰해 보았습니다.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지만 갖춰 입는다는 것, 옷차림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자 남이 나를 판단하는 첫인상인 만큼 때로는 주변 공기를 바꿀 정도로 멋진 차림으로 멋쟁이가 되어보시길 추천드리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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